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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서울 자서전 피크닉 전시 The Autobiography of Hilton Seoul 후기

살면서 평생동안 기억에 남을만한 장소가 생긴다는 것은 몇 번이나 있을까? 그리고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장소가 역사속으로 사라진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일까? 사실 그 장소에 손떼가 묻어나고 사람냄새가 살아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적 있습니다. 근데 언젠가부터 그 장소가 사라진다는 소식이 들리고, 결국 또다시 뒤늦게 그 장소가 없어지고 난 뒤에야 늦게 그 곳에 도착했습니다. ‘인생’이 길다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뒤늦게 도착하였지만 최대한 나만의 속도로 그를 놓아주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이번에 피크닉 전시 중 ‘힐튼서울 자서전’ 있더라고요. 결국 저는 이렇게 힐튼호텔 자서전 통해 마음 속 힐튼호텔을 보내주고 돌아왔습니다.

남산 자락 피크닉 전시, 놓치면 후회하게 되는 힐튼서울 자서전

자서전은 사람을 위한 말이라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우리의 곁을 영원히 떠나는 호텔을 향한 마음도 담을 수 있습니다.

힐튼호텔이라면 자서전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보면 우리나라 역사 일부와 함께 한 ‘힐튼호텔’은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여기서 가족모임을 했던 사람, 국가적 중대사항에 다룬 무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는 처음이자 마지막 일 수 있는 힐튼호텔 투숙 통해 하룻밤의 기적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이런 호텔을, 자서전으로서 기록을 남겼다고 하니 어떻게 보러가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전시를 보지 않으면 우리가 일상에서 힐튼호텔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적어질 겁니다.

  • 전시관 : 피크닉
  • 전시일정 : 2025.09.25 ~ 2026.01.04
  • 전시예약 : 네이버예약
  • 참여작가 : 김종성, 노송희, 백윤석, 서지우, 임정의, 정지현, 최용준, 그래픽캐뷰러리, 테크캡슐
  • 주최 기획 : 피크닉
  • 공동기획 : CAC (Curating Architecture Collective)
  • 후원 : 현대자동차
  • 협력 : 서울건축, YD427PFV

힐튼호텔 자서전, 힐튼서울 전시 소개

<힐튼서울 자서전>은 한국 현대건축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힐튼서울을 통해 건축물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이후까지의 의미를 묻고 있습니다.

전시가 열리는 피크닉과 인접한 이웃이었던 힐튼서울은 1983년 완공된 이래 변함없는 모습으로 남산 자락을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해온 발전도상의 도시 서울에서, 한때는 한국 사회의 국제적인 활력과 도시적인 삶을 상징하던 이곳 역시 철거를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전시는 스스로는 말할 수 없는 한 장소의 대필자가 되어 써 내려간 자서전으로, 40여 년의 시간 속에 켜켜이 쌓인 여러 층위의 이야기를 충실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공동체와 긴밀히 연결된 건축의 생애를 함께 돌아보며, 그 장소의 역사에 걸맞은 작별의 의식을 치르고자 합니다.

The Autobiography of Hilton Seoul – 한글 : 힐튼서울 자서전

  • 이름 : 힐튼서울
  • 생애 : 1983년 12월 7일 ~ 2022년 12월 31일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소월로 50

힐튼서울은 1983년 남산과 서울역을 잇는 양동지구 재개발의 중심에서 태어났습니다.

건축가 김종성의 설계에 대우그룹과 힐튼 인터내셔널의 협력이 더해져 탄생한 힐튼서울은 서울이 국제도시로 도약하려던 시대적 요구와 맞물려 실현된 상징적 건축이었습니다.

개장 직후 힐튼서울은 IMF 세계은행 연차총회 (1985), 아시안게임 (1986), 서울올림픽 (1988) 등 굵직한 국제행사의 무대가 되며 한국 사회의 국제화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자리했습니다.

남산을 감싸듯 배치된 외관, 시간을 초월하는 소재로 아름답게 마감된 내부, 경사진 대지의 특징을 살려 설계된 웅장한 그랜드 아트리움, 서구적 식문화를 소개한 레스토랑 등은 당시 서울의 도시 풍경과 중산층 소비 문화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힐튼서울은 단순한 숙박시설을 넘어선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 존재였습니다.

오랫동안 도시의 문화적 중심지로 기능하면서, 대규모 연회는 물론 결혼식, 동창회 등 사적인 모임까지,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다양한 만남이 이곳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두 차례의 경영권 이양와 팬데믹으로 인한 장기적 부진 속에서 힐튼서울은 2022년 12월 31일 영업을 종료하며 40여 년 역사의 막을 내렸습니다.

지금 이 건축은 철거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과 기록 속에 소환되며 또 다른 장을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힐튼서울 자서전을 보고나서

“한 건축가의 작업은 어떻게 기록되고 후속 시간대와 연결될 수 있을까. 급진적인 파괴, 단절이 아니라 축적하고 이어가기 위해 건축의 토대를 쌓는 일은 어떻게 가능할까.”

본 전시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2026년 1월 4일 종료까지, 이 전시를 보실지 말지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제1장 그리고 제2장

  • 제1장 사라짐, 2025 : 2022년 12월 31일 마지막 영업을 종료한 힐튼서울은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25년 5월부터 기나긴 철거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건축이 무너지는 장면은 역설적이게도 그것이 지나온 시간과 기억이 하니씩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낱낱이 분리되어 바닥에 쌓인 해체의 흔적은, 건물이 사라진 이후에도 그 잔해에 남겨진 다른 미래의 가능성을 드러냅니다. 작가들은 소멸과 전환 그 사이에 놓인 건축물의 마지막 순간을 사진, 영상, 설치 작업 등으로 긴장감 있게 포착합니다.
  • 제2장 기억과 기록, 1977-2022 : <힐튼서울 자서전> 제2장은 힐튼서울의 건립부터 운영, 철거 직전까지의 시간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수집한 다양한 자료를 소개합니다. 김종성과 서울건축의 설계 도면과 관계자 간의 서신, 호텔 운영 시기의 사진과 문서, 그리고 철거 직전의 현장을 담은 기록이 서로 다른 시간대의 힐튼서울을 증언합니다. 나아가 아카이브는 작가들의 해석과 상상 속에서 사진, 영상, 회화 등으로 새롭게 변주되어 재생됩니다. 이를 통해 탄생과 성장, 변화와 전성기, 해체를 앞둔 순간까지 한 건축의 생애가 입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이는 건축이 지어지는 순간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되고 기억되며 사라지기까지의 전 과정을 통해 비로소 의미를 획득한다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제3장 그리고 제4장

  • 제3장 2025, 그 후 : 전시 준비 과정에서 열린 6회의 포럼은 힐튼서울의 또다른 미래를 상상하는 자리였습니다. ‘보존과 개발’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건축의 생애를 새롭게 바라보고, 제3의 가능성을 모색했습니다. 첫 포럼에서 건축 유산 개념을 다룬 이후, 힐튼서울을 비롯한 1세대 현대건축물의 보존과 재생 방식을 검토했으며, 해체와 부패 과정에서 생성되는 디지털 기록과 물리적 부재의 급진적 활용 가능성도 탐구했습니다. 도쿄 나카긴 캡슐 타워나 몬트리올 엑스포 한국관 사례는 힐튼서울이 기억될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을 기대하게 합니다. 이러한 논의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건축이 다시 생애를 이어가는 상상을 표현한 영상 작업으로도 이어집니다. 사전 포럼은 힐튼서울뿐 아니라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현대건축물의 소멸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연사들이 소개한 프로젝트 사례와 추천 도서는 힐튼서울의 미래에 대한 일종의 주석으로 전시장에 남겨졌습니다. 이 공간은 관객에게 ‘더 읽을 거리’를 제공하며 <힐튼서울 자서전>을 계속 써 내려가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 제4장 굿바이 힐튼 : 1995년부터 매년 연말 그랜드 아트리움에 설치되었던 크리스마스 자선열차는 서울의 겨울을 밝히는 축제의 장면으로 기억됩니다. 수많은 시민이 이 연례 풍경을 찾아 저마다의 추억을 쌓았습니다. 제4장에서는 복원된 자선열차와 함께 오픈콜을 통해 수집된 다양한 사연을 소개하며, 힐튼서울을 사랑했던 이들의 작별 인사를 전합니다. 힐튼서울이 있던 자리는 이제 ‘이오타 서울 원’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복합 개발을 앞두고 있습니다. 사무 공간, 호텔, 리테일, 공공 녹지로 구성될 이 프로젝트는 도시의 풍경을 또 다른 방식으로 재편할 것입니다. 힐튼서울의 흔적은 사라지지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교차하는 이 자서전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작별 이후의 시간, 그다음 장은 어떤 이야기로 채워 갈 것인가.

힐튼서울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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