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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원서동 동네커피 이별

이별은 사람만 하는 줄 알았다. 이별은 피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피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별은 사람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별을 음미하는 것은 그걸 직면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가능한 특권이었다. 사람이든 무엇이든 항상 이별을 겪어야 하는 입장이던 나에게 이별은 잔인하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존재였다. 이별은 늘 그랬다. 비자발적으로 남겨진 사람이 온전히 감내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그 이별이란 것을 마주했다. 직접 감내했다. 아쉽지만 멀어짐을 보내줄 수 있게 되었다. 동네 만남의 광장이던 동네커피는 그렇게 떠나갔다.

카페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아담하고 따뜻한 사람 냄새가 나는 카페는 늘 동네의 길목을 책임지고 있었다. 평일은 동네 주민들이 일터에 나가 일을 하는동안 이 카페는 외지인과 집안일을 마친 사람들로 붐볐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동네 마실 겸 산책 나온 사람들에게 쉼의 공간이요, 인생의 커뮤니티를 제공하던 곳이었다.

아티스트들이 살아숨쉬고 있는 카페는 계절과 상관없이 늘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일부러 약속을 멀리하는 새해전야는 ‘새로운 해’를 앞두고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맛집, 핫플 찾는 재주는 없지만 바깥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은 날이면 카페 한 구석에서 조용히 마시고 일어날 수 있었다. 커피만 찾다가 어느 날은 카페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된 곳도 이 곳이었다. 늘 그 자리에 있었다.

2009년 7월 1일. 2026년 3월 7일. 장정 20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공식 인스타그램에 이별글이 올라왔다. 곧이어 네이버지도 소식 탭에도 동네커피 1막의 끝을 알리는 글이 올라왔다. 나는 이 글을 접하면서 2막이 있겠지, 멍하니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 안 가서 다 터진 운동화를 대충 신고 동네커피로 달려갔다. 현장에서 철거하는 분들께서 감정없이 철거하고 계셨다. 텅 비어버린 공간에 환상처럼 내부에는 불이 들어와있고 한 쪽에는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사람, 그 반대편에는 레몬차를 홀짝홀짝 들이키던 과거의 내가 보였다. 캄캄한 철거 현장으로 돌아오는 데 1분이 걸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갔다.

세대의 변화인 것인가. 문득 내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찌릿’이 있었다. 바로 이별. 이별 앞에서 최선을 다 했는가. 동시에 내가 참 게으르다는 생각. 항상 이별을 하려는 사람보다 한 발 늦었다. 그러니 언제나 이별을 당해야만 하는 입장으로 남아야 하는 거, 다시는 못볼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잔류하려는 치졸함은 없었던가.

철거 현장을 길 건너서 바라보았다. 철거차에 실리는 자재들이 이렇게 많았나, 우리의 흔적과 추억들이 이렇게나 많았나. 철거차가 동네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짐했다.

이별하려는 사람은 오죽 하겠나. 이별을 해야만 하는 사람은 또 어떻겠나. 그 이별이 더욱 큰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내가 부지런해야 한다. 항상 늦지 말자. 이별을 당하는 시간에만 있지 말자. 이미 떠나간 흔적을 부여잡고 가슴 아파하기 전에 내가 부지런하자. 늦지 않을게. 아니 늦지 않겠다고 매일 다짐하자.

동네커피 2막. 그 소식을 기다린다. 노을지는 하늘은 살짝 뿌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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